공유노무사

고통의 이유 찾기 (살아남은 자들의 용기 / 베어 그릴스 / 처음북스) 본문

에세이

고통의 이유 찾기 (살아남은 자들의 용기 / 베어 그릴스 / 처음북스)

공유노무사 2019. 4. 10. 10:07

살아남은 자들의 용기 / 베어 그릴스 / 처음북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773154

 

 

한 동안 Man vs Wild 라는 프로그램을 재밌게 봤었습니다. 세계 곳곳의 위험한 지역에서 베어 그릴스가 혼자 생존해 나가는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 입니다. 이 책에서 베어 그릴스는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 합니다. 글이나 번역을 볼 때 좋은 책은 아닌 듯 합니다(지극히 주관적 생각임). 여기 저기 오타도 보이구요. 그래도 극한 상황 속에서 생존하는 경험을 간접 체험 하기에는 충분하다고 보여 집니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 아프리카 사막에서 살아 돌아온 제임스 라일리 선장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815년 미국의 커머스 호의 선장이었던 제임스 라일리와 그의 동료들은 폭풍 속에 배가 난파되어 버립니다. 죽을 고비를 넘겨 그들이 도착한 곳은 사하라 사막 입니다. 아무런 생명도 없는 그 죽음의 땅에서 그들이 만난 건 백인 기독교도들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고 노예로 팔아넘겨 이득을 취하는 노예상인들이었습니다. 라일리 일행은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탈출하지만 그들이 갈 곳은 사하라 사막 밖에 없었습니다. 노예상인들로부터 탈출은 성공 했지만 곧 그들은 갈증과 굶주림의 고통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사막에서 그들은 돼지를 잡아 그 피로 갈증을 채우고, 자신들의 소변을 병에 담아 마셨습니다. 날이 갈수록 혀가 두꺼워지고 설태가 끼었습니다. 귀 내부에 있던 수분이 증발하면서 청력도 나빠졌습니다. 소변을 마셔서 그 소변이 소화 기관을 타고 다시 병 속으로 들어갈수록 농도가 짙어졌습니다. 희석되지 않은 소변은 냄새가 나는 맹독이었습니다. 그들은 결국 노예상인들에게 다시 붙잡히게 됩니다. 그들은 라일리 선장 일행을 벌레 보듯 대했고 라일리 일행을 굶주림과 갈증으로 죽기 직전의 상태로 방치했습니다. 라일리는 낙타가 오줌을 싸는 틈을 노려 두 손을 모아 오줌을 마셨습니다. 오줌 냄새는 역겨웠지만 적어도 신성하고 수분이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라일리 선장은 기지를 발휘해 노예상인으로부터 탈출하게 됩니다. 하지만 고향으로 돌아오기 까지 그들은 방금 도살한 염소의 더럽지만 따끈따끈한 생 내장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울 정도로 굶주려야 했습니다. 

 

살아서 미국으로 돌아온 라일리 선장은 고통의 시간을 기록하여 『아프리카에서의 고난 (Sufferings in Africa)』이라는 책을 출판하게 됩니다. 이 책은 당시 노예 제도가 만연했던 미국 남부 지역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노예 제도가 당연하게 여겨졌던 미국 사회에서 라일리는 노예제도를 소름 끼치는 모순이라고 비판했고, “검은 피부의 사람들은 짐승이 아니다”라고 말해 미국 내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라일리 선장은 사막에서 겪었던 끔찍한 경험을 통해 어떤 깨우침을 얻은 것일까요?

 

 

혹자들은 모든 고통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이유 없는 고통도 있습니다. 아니 이유를 알지 못하는 고통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고통을 받고 있거나 힘든 시간을 지나온 사람에게 고난의 이유를 발견하라고 말 하는 건 노예상인으로부터 탈출한 사람을 사하라 사막으로 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고통의 시간을 통해 자기 자신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왜 내가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에서 "왜 저 사람들이 저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라고 옮겨 가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故 김수환 추기경님이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 걸렸다." 라고 말하셨던 그런 경험이 아닐까요. 라일리 선장이 그런 체험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 사람의 작은 변화는 역사의 불꽃이 되기도 합니다. 라일리 선장의 책은 어떤 청년에게도 깊은 감동을 남기게 됩니다. 그리고 그 청년은 훗날 미국의 노예 해방을 이끄는 링컨 대통령이 됩니다. 

 

강박적으로 고통의 이유를 찾을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고통의 이유 찾기가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스스로에게 "내가 모르는 뭔가 있겠지. 그러니 이제 좀 쉬어" 라고 말할 수 있는 핑계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By L.K.M